70여 년의 기다림, 이름으로 돌아오다…행방불명 4·3희생자 유해 봉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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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6-02-04 10:27 조회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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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4·3평화재단, 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 개최

유해함에 유족들이 고인의 이름표를 붙이고 있는 모습.
“하르방 고향에 와수다, 편안합써….” 경산 코발트광산에서 발굴된 유해를 통해 신원이 확인된 고(故) 송두선님의 손자 강준호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 한마디를 남겼습니다. 아무 죄 없이 타지에서 희생된 가족을 다시 찾아, 늦게나마 이름을 되찾아 고향 제주로 모실 수 있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제주4·3평화공원 평화교육센터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습니다. 하얀 국화꽃 사이로 유족들의 손이 떨렸습니다. 이름 없이 잠들어 있던 4·3희생자 일곱 명이, 70여 년 만에 다시 가족 앞에 섰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오늘(3일) 오후 3시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를 개최했습니다.
대전 골령골과 경산 코발트광산, 그리고 제주국제공항에서 발굴된 유해들입니다.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도외 형무소에서 행방불명된 5명과 도내에서 행방불명된 2명 등 모두 7명입니다.
발굴 장소별로는 대전 골령골에서 故 김사림·양달효·강두남님, 경산 코발트광산에서 故 임태훈·송두선님, 제주국제공항에서 故 송태우·강인경님의 신원이 각각 확인됐습니다.
제주가 아닌 도외 지역에서 발굴된 4·3희생자의 유해를 제주로 봉환한 것은 2023년 故 김한홍님과 2024년 故 양천종님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할아버지 이름을 다시 불러봅니다.” 유해 앞에서 유족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장내는 더 깊은 침묵에 잠겼습니다.
강두남 희생자의 손자 강수철씨는 유족 인사말을 통해 “77년 동안 이름 없이 타향의 골령골에서 홀로 잠들어 계셨을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지만, 늦게나마 고향 제주로 돌아오셔서 이제는 편안히 쉬시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할머니와 아버지가 그토록 바라던 순간을 함께하지 못해 가슴 아프지만, 할아버지의 이름이 더 이상 슬픔이 아닌 긍지가 되도록 남은 가족들이 그 뜻을 품고 살아가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송두선님의 손자 강준호 씨는 “아무 죄 없이 희생된 가족을 늦게나마 찾아 이름을 되찾게 돼 다행이고, 이제 어머니도 김씨 성 대신에 송씨 성을 되찾을 예정”이라며 “할아버지가 고향 제주에 돌아온 만큼 편안히 쉬시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무명의 유해함에 유족들은 고인들의 이름표를 붙였습니다. 이후 이름표가 달린 유해 앞에서 유가족은 유가족들의 헌화와 분향이 이어졌고, 어떤 유족은 끝내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눈물을 훔쳤습니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가족도 없이 타지에서 오랜 세월 잠들어 있던 행방불명 희생자 5명의 유해를 최고의 예우로 고향 제주에 봉환하기 위해 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과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 신원이 확인된 유족 대표 등 22명으로 유해 인수단을 구성했습니다.
유해 인수단은 지난 2일 세종시 추모의집에서 행정안전부로부터 유해를 인계받은 뒤 세종은하수공원에서 화장 절차를 마쳤으며, 유해는 오늘 오후 2시쯤 김포발 항공편을 통해 제주국제공항으로 봉환됐습니다.
이날 제주국제공항에서는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직접 유해를 영접하고, 70여 년 만에 고향 제주로 돌아온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유족들을 위로했습니다.
오영훈 지사는 추도사를 통해 “오랜 세월 이름 없이 잠들어야 했던 일곱 분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가족의 생사도 모른 채 세월을 견뎌온 유족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제주도는 단 한 분의 희생자라도 끝까지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제주4·3평화재단과 함께 유해 발굴과 유전자 감식 사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는 조소희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의 신원확인 결과 보고를 시작으로 신원확인 유해 7위가 이름을 찾고 유가족에게 인계됐습니다.
조소희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이번 신원확인은 도외 발굴 유해와 제주 유가족 자료를 비교해 성과를 낸 매우 의미 있는 사례로, 유가족의 지속적인 참여와 선진 감식기법의 축적이 결정적이었다”라며 “아직 가족을 찾지 못한 유가족들을 위해 더 넓은 범위의 검사 방법을 개발하며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원확인의 열쇠는 유전자였습니다. 직계가 아닌 조카, 손자, 외손자의 채혈 참여가 결정적이었습니다. 8촌까지 이어진 혈연의 기억이, 역사의 공백을 메웠습니다.
김사림·임태훈님의 경우 조카의 채혈 참여가, 강두남·강인경·양달효·송두선·송태우의 경우 손자와 외손자의 채혈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행방불명 희생자 신원확인을 위해서는 직계와 방계를 아우르는 8촌까지의 가족 단위 채혈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보다 많은 유족의 채혈이 절실히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번 신원확인으로 426구의 발굴유해 중 도내 147명, 도외 7명을 아울러 모두 154명의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한편, 제주도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와 국방부와의 협업을 통해 도외 발굴유해에 대한 유전자 정보 공유로 행방불명 6·25 전사자 또는 4·3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공동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달 29일 국회를 통과한 '과거사정리법'을 토대로 제3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출범돼 유해발굴 및 유전자 감식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정부와 적극 협력할 계획입니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올해도 도내외 행방불명 유가족을 찾기 위해 유가족에 대한 채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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